본문 바로가기
가끔 글

당신 퇴사를 고려한다면

by 🐟 물고기 2022. 4. 25.
반응형

퇴사. 

 

말만 들어도 가슴을 울렁이게 만드는 직장인들의 소망이다. 

약 2주 전, 나는 입사 때 부터 고민해오던 퇴사를 결정하게 되었다. 

 

고민은 다양한 형태와 모양으로 삶에 나타났다. 

작년은 일이 뜻대로 되지 않고 하기 싫은 일을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이어가는게 너무나 괴로워서

몸이 자주 아파 병원을 1년 내도록 다녔다. 약을 달고 다녔는데도 내가 어떤 상태인지 인지하고 객관화하는 힘이 부족했다.

번아웃이 오면 그렇다. 

 

입사 첫 해에는 꿈을 펼치고 성장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란 소망으로 눈을 반짝이며 회사에 출근했지만

아쉽게도 내가 만난 사람들과 환경은 내가 품은 기대가 환상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입사 전, 회사를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대게 그럴 수도 있으나 여러모로 운, 타이밍, 내 액션 등 삼박자가 골고루 안 맞았다. 

 

원래 나의 꿈은 어느 조직에 들어가 일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우연찮은 기회로 대감집 노비의 삶을 경험해보았으나

내가 좋아하는 먹방 유튜버 여수언니의 말을 빌어. "경험 해 본 것으로 만족." 

 

어리석게도 나는 퇴사를 마음 먹고 나면 그 뒤는 미끄럼틀 타듯 쉬울 줄만 알았다. 신나게 타고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얼렐레. 아니, 퇴사 자체도 정말 어렵고 까다롭다. 고려해야 하는 것들이 참 많다. 

 

여기서의 고려해야 할 것은 단지 남은 연차를 수당으로 받을지 월급에 포함되어 받을지와 같은 객관적인 선택뿐만이 아니라

바로 "사람", 사람들의 그 간질간질하고도 아슬아슬한 심리를 포함한다. 

 

이직을 하던, 그냥 조직을 떠나건 간 같은 조직에 있던 사람들을 두고 떠날 때, 조직 안에 있는 사람들은 "남겨진" 느낌을 갖는 듯 했다. 

팀장과의 퇴사 면담에 첫 마디는 "나라고 이 일이 나 좋아라고 하느냐." 부터, 나를 붙잡고 싶어 상담을 하던 선배는 무턱대고 나가면 "돈줄 끊긴다" 등 나를 위한 말이라기 보다는 오묘하게 남겨진 자신들의 포지션이 더 우월하고 옳은 선택이라는 것을 은연중에 강조하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모든 도비들의 소망인 가영이 퇴사짤 마냥,

웃는 얼굴과 좋은 말들을 마지막으로 남기며 폐허가 된 곳을 뒤로하고

"굴레와 속박을 벗어던지고 제 행복을 찾아 떠납니다!" 외치는 것처럼

 

내가 다음 회사를 정하지도 않고, 개인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 쉼을 갖게다고 하자

다들 쉽사리 응원의 메시지 보다는 요청하지 않은 걱정과 우려가 담긴 조언들을 한 마디씩 할 수 밖에 없는 모양이다. 

 

그래도 끝까지 마지막인만큼 좋은 모습을 남기고 싶어 갖은 방면으로 노력을 하고 있는데

나의 퇴사 결정이 이유도 근거도 없어 보인다고 판단하는 것인지 내 퇴사 프로세스의 한 걸음 한 걸음이 참 쉽지 않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는 각자 개인의 다른 우주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고

그 어떤 방향도 정답이 될 수 없으며 개인이 정의하는 성장과 발전은 각기 다른 모양과 형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나의 방향을 다시 설정해보겠다고 할 때, 나의 결정이 '더 고려할 여지가 있는', '더 노력을 해보는', '설득이 필요한' 

어설픈 것이라고 전제할 수 있는 권한은 나를 알아온지 겨우 한 달 채 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없다. 

 

만겹의 고민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으니

마지막까지 남은 힘을 짜내서 억지로라도 웃으며 마무리해야할 것이다. 

 

장기하의 그건 니생각이고 노래가 하루 종일 생각나던 날 

 

 

 

반응형

댓글